1 00:00:16,016 --> 00:00:17,083 나는 외롭다 2 00:00:17,784 --> 00:00:23,189 내 주변에는 많은 사람이 있지만 그래도 난 외롭다 3 00:00:23,690 --> 00:00:25,658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는다 4 00:00:25,725 --> 00:00:28,595 여기서 '아무도'에는 30세가 넘는 중년 여성이나 5 00:00:28,661 --> 00:00:29,662 "영계 찾는 중년 여성" 6 00:00:29,729 --> 00:00:30,730 미성년자는 제외다 7 00:00:30,797 --> 00:00:31,731 "미성년자" 8 00:00:31,798 --> 00:00:33,099 남자도 포함되지 않는다 9 00:00:33,166 --> 00:00:34,167 "잘생긴 남자" 10 00:00:34,234 --> 00:00:36,369 가족이나 매력 없는 사람들도 해당이 되지 않는다 11 00:00:36,436 --> 00:00:37,437 "내 스타일 아님" 12 00:00:37,504 --> 00:00:40,807 철저히 내 주관적인 기준에서 매력 없는 사람도 13 00:00:41,074 --> 00:00:44,477 나와 닿지 않는 30세 이하의 수많은 매력적인 여성도 아니다 14 00:00:44,544 --> 00:00:45,545 "사정권 밖" 15 00:00:45,612 --> 00:00:47,313 범위를 좀 좁혀 보자 16 00:00:47,380 --> 00:00:48,481 "잠시만 기다려주세요" 17 00:00:48,548 --> 00:00:51,251 솔직히 말하면 딱 한 사람만 해당이 된다 18 00:00:51,317 --> 00:00:52,585 제니 19 00:00:52,652 --> 00:00:55,722 그녀는 나에게 세상 전부다 20 00:00:55,789 --> 00:00:58,591 제니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날 안 사랑하는 것이다 21 00:00:59,526 --> 00:01:02,062 통계학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22 00:01:02,128 --> 00:01:05,799 세상 모든 것이 수학으로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23 00:01:06,066 --> 00:01:07,467 아니, 설명될 수도? 24 00:01:07,534 --> 00:01:09,669 이게 누구야? 스탠 25 00:01:10,403 --> 00:01:11,438 안녕? 26 00:01:11,504 --> 00:01:13,640 우리 몇 년 동안 못 봤잖아 27 00:01:14,774 --> 00:01:16,676 그래, 몇 년이나 됐지? 28 00:01:18,411 --> 00:01:20,113 글쎄 29 00:01:20,180 --> 00:01:22,482 10년 5개월하고도 이틀 됐어 30 00:01:23,850 --> 00:01:26,286 미안, 내가 좀 숫자에 예민하잖아 31 00:01:27,153 --> 00:01:28,354 알아 32 00:01:32,091 --> 00:01:33,526 너 여기 살아? 33 00:01:33,593 --> 00:01:36,429 응, 저기 모퉁이에 외출은 잘 안 하지만 34 00:01:36,496 --> 00:01:39,265 그래서 못 봤나 봐 나 여기 자주 오거든 35 00:01:40,800 --> 00:01:42,135 바로 이거다 36 00:01:42,202 --> 00:01:46,639 세상은 수학적으로, 통계학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걸 깜박했다 37 00:01:46,706 --> 00:01:49,109 집에서 마냥 미친 듯이 기다리면서 38 00:01:49,175 --> 00:01:52,145 불평하고, 피해자인 척하고 페이스북을 스토킹한다고 해서 39 00:01:52,212 --> 00:01:55,515 통계학적으로 누군가와 우연히 마주칠 기회를 얻을 수 없다 40 00:01:55,582 --> 00:01:56,883 제니와 말이다 41 00:01:57,150 --> 00:01:58,151 "제니 리" 42 00:01:58,218 --> 00:02:00,520 이제 내 인생은 바뀔 것이다 43 00:02:00,587 --> 00:02:03,456 난 데이터라는 것을 잘 아는 수학자이다 44 00:02:03,523 --> 00:02:05,892 데이터 마이닝과 패턴 찾기가 내 특기이다 45 00:02:06,159 --> 00:02:09,696 모든 것에는 패턴이 있다 사람의 행동에도 말이다 46 00:02:09,762 --> 00:02:10,897 "1980년대 이후 섹스 경험 무" 47 00:02:11,164 --> 00:02:12,799 결국 답은 나올 것이다 48 00:02:14,367 --> 00:02:18,271 토요일 오후 3시에 우리는 모퉁이에서 만났다 49 00:02:18,338 --> 00:02:20,874 제니는 내려오고 나는 올라가고 있었다 50 00:02:21,141 --> 00:02:24,777 카페, 식당, 서점, 쇼핑할 곳이 모두 여기 모여 있으니 51 00:02:24,844 --> 00:02:28,448 제니는 여기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52 00:02:28,515 --> 00:02:34,387 제니는 내 삶의 이유이며 과거에 풀지 못한 숙제이다 53 00:02:35,155 --> 00:02:37,323 왜 하필 제니냐 하면 그냥 제니를 보면 알 수 있다 54 00:02:37,924 --> 00:02:40,493 그 앞에 선 내 모습은 더 가관이다 55 00:02:41,694 --> 00:02:46,232 눈도 못 맞추고 심장은 벌렁거리고 온몸에 땀이 난다 56 00:02:46,299 --> 00:02:48,268 어쩔 줄 몰라 하며 내 발은 방황한다 57 00:02:48,635 --> 00:02:51,271 말도 제대로 못 한다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 58 00:02:51,337 --> 00:02:54,274 아니, 사실은 계속 있고 싶다 59 00:02:55,408 --> 00:02:56,776 제니는 별말이 없다 60 00:02:56,843 --> 00:02:58,711 같은 동네에 살다니 정말 반가워 61 00:02:58,778 --> 00:02:59,812 하지만 난 이렇게 들린다 62 00:02:59,879 --> 00:03:02,415 날 초대해줘 네 옆에 있고 싶어 63 00:03:02,849 --> 00:03:06,619 이런 환각이 느껴질 지경이다 64 00:03:06,686 --> 00:03:08,221 과대망상인 건가? 65 00:03:08,821 --> 00:03:12,425 그는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말하지 않는다 66 00:03:12,492 --> 00:03:14,727 편지로만 얘기한다 67 00:03:14,794 --> 00:03:18,865 손글씨로 적어 내려간 편지를 우편으로 받는 기분이란 68 00:03:18,932 --> 00:03:22,235 따뜻한 오후 봉투에서 나는 청량한 향기 맡는 일이다 69 00:03:22,302 --> 00:03:24,971 종이와 잉크 냄새가 얼마나 기분 좋은지 모른다 70 00:03:25,238 --> 00:03:29,542 누군가 정성과 시간을 들여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가며 71 00:03:29,609 --> 00:03:33,913 자신의 속마음과 감정을 전하려는 노력에 난 녹아내린다 72 00:03:33,980 --> 00:03:37,450 그는 매 순간 그렇게 내 마음을 녹였다 73 00:03:37,984 --> 00:03:42,488 하지만 직접 만나면 말이 없어진다 74 00:03:42,555 --> 00:03:45,291 마치 그런 편지를 보낸 적 없는 사람처럼 75 00:03:45,358 --> 00:03:47,961 그래도 비밀스러운 세계가 있는 것 같아 좋다 76 00:03:48,228 --> 00:03:53,933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와 나만이 아는 이 감정도 77 00:03:55,235 --> 00:03:58,938 우리를 특별하게 해주는 비밀스러운 세계도 말이다 78 00:03:59,005 --> 00:04:03,977 주변의 수많은 사람 속에서도 혼자라고 느낄 때 79 00:04:04,244 --> 00:04:09,616 내가 살아 있음을 알고 신경 써주는 오직 한 사람 때문에 80 00:04:09,682 --> 00:04:12,285 나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81 00:04:13,753 --> 00:04:16,823 - 그럼, 난... - 그래, 나도 가봐야 해 82 00:04:17,724 --> 00:04:21,394 데이트 약속이 좀 있어서 83 00:04:21,461 --> 00:04:23,496 데이트라니 기분이 언짢아졌다 84 00:04:23,563 --> 00:04:26,733 그럼 다음에 봐 85 00:04:27,634 --> 00:04:30,270 그런 말은 왜 하는 걸까?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? 86 00:04:30,336 --> 00:04:33,773 '다음에 봐'라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다 87 00:04:33,840 --> 00:04:35,775 의문문인지 평서문인지 모르겠다 88 00:04:35,842 --> 00:04:40,813 아마 30%는 의문문으로 70%는 평서문으로 말한 거겠지 89 00:04:40,880 --> 00:04:44,717 그러고 나서 나는 왼쪽 제니는 오른쪽으로 지나쳐 갔다 90 00:04:44,784 --> 00:04:46,719 무라카미 소설에서처럼 말이다 91 00:04:46,786 --> 00:04:51,658 어느 멋진 4월의 아침에 완벽한 여자를 그냥 지나쳤다 92 00:04:52,759 --> 00:04:54,994 이 말을 꼭 해야 한다 93 00:04:56,896 --> 00:05:00,066 - 제니 - 응? 94 00:05:01,467 --> 00:05:03,369 우리 중학교 때 기억나? 95 00:05:30,530 --> 00:05:37,970 "외로움으로는 완벽한 여자를 얻을 수 없다" 96 00:05:44,944 --> 00:05:48,081 - 제니 - 응? 97 00:05:49,482 --> 00:05:51,384 우리 중학교 때 기억나? 98 00:05:51,451 --> 00:05:53,386 기회를 만들었다 99 00:05:53,453 --> 00:05:55,588 아주 짧은 순간 제니는 미소로 100 00:05:55,655 --> 00:05:57,457 기회의 창을 열어줬다 101 00:05:57,890 --> 00:06:03,029 미소가 없어지거나 고개를 돌리는 순간 기회는 날아간다 102 00:06:03,096 --> 00:06:05,665 무슨 말이라도 해 103 00:06:05,732 --> 00:06:07,934 미적분 문제 도와주려고 너한테 전화 자주 했잖아 104 00:06:08,634 --> 00:06:12,472 잘했어, 저건 확실히 기억나서 웃는 거야 105 00:06:12,538 --> 00:06:15,641 - 내가 도와준 게 아니고? - 그랬나? 106 00:06:16,008 --> 00:06:18,978 미적분 문제도 있었고 어쨌든 전화 많이 했지 107 00:06:20,713 --> 00:06:23,883 기분이 정말 좋다 진짜 좋다 108 00:06:23,950 --> 00:06:26,753 이런 얘기 꺼내는 건 처음이다 109 00:06:27,453 --> 00:06:30,590 우리의 세계는 사실상 낮에는 감춰져 있었다 110 00:06:31,124 --> 00:06:34,894 우리는 늦은 밤에만 전화 통화를 했다 111 00:06:35,728 --> 00:06:38,564 휴대 전화는 없던 시절이었고 112 00:06:38,631 --> 00:06:41,134 유선 전화를 사용했다 113 00:06:41,400 --> 00:06:43,436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거는 것은 114 00:06:43,503 --> 00:06:47,073 상상할 수 없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115 00:06:47,140 --> 00:06:51,511 보다시피 번호를 하나씩 걸 때마다 딸각 소리를 기다려야 한다 116 00:06:51,577 --> 00:06:55,782 이렇게 시간이 걸리니 걸까 말까 또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117 00:06:55,848 --> 00:06:58,951 내가 결국 했다는 것이 놀랍다 많은 시도 끝에 한 일이다 118 00:06:59,018 --> 00:07:01,687 이제 밤이 됐나? 너무 늦은 건 아닌가? 119 00:07:01,754 --> 00:07:05,691 여기에 규칙이 어디 있겠어? 가끔은 그냥 걸어 보려 했다 120 00:07:05,758 --> 00:07:09,595 아니다, 일단 화장실을 갔다가 세수를 하고 121 00:07:09,662 --> 00:07:12,598 좀 먹고 시간을 자꾸 확인하고 122 00:07:12,665 --> 00:07:17,937 양치하고, 좀 망설이다가 걸었다가 누가 오면 또 끊었다 123 00:07:18,004 --> 00:07:20,740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통화를 해야 했으니까 124 00:07:20,807 --> 00:07:22,809 그 시간을 견디고 나면 심장이 또 뛰기 시작한다 125 00:07:22,875 --> 00:07:26,446 제니가 아니라 제니 엄마나 126 00:07:26,512 --> 00:07:29,148 혹은 운이 나쁘면 제니 아빠가 127 00:07:29,215 --> 00:07:32,552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128 00:07:32,618 --> 00:07:34,954 - 여보세요? - 안녕하세요? 129 00:07:35,021 --> 00:07:36,222 누구세요? 130 00:07:36,489 --> 00:07:40,793 아, 저는 제니 반 친구 스탠인데요 131 00:07:40,860 --> 00:07:43,196 제니랑 통화 좀 할 수 있을까요? 132 00:07:43,463 --> 00:07:45,565 시간이 좀 늦은 것 같은데? 133 00:07:45,631 --> 00:07:47,600 알아요, 죄송합니다 134 00:07:47,667 --> 00:07:50,970 수학 문제를 풀다가 막혀서 제니에게 좀 물어보려고요 135 00:07:52,171 --> 00:07:54,507 알았다, 조금만 기다려라 136 00:07:54,574 --> 00:07:56,742 이게 꼭 거짓말은 아니었다 137 00:07:56,809 --> 00:07:59,712 대화를 시작할 명분이 필요했으니까 138 00:07:59,779 --> 00:08:01,914 하지만 대화의 끝은 수학 문제가 아니었다 139 00:08:01,981 --> 00:08:07,053 우리는 음악 수업, 밴드 연습 여름 방학 계획에 관해 얘기했다 140 00:08:07,119 --> 00:08:10,923 나는 항상 제니가 어디에 있는지 어느 방에 있는지 141 00:08:10,990 --> 00:08:14,227 어떤 모습인지 어떤 차림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142 00:08:14,494 --> 00:08:16,762 지금도 그건 알 수 없다 143 00:08:16,829 --> 00:08:22,735 제니의 집에 가본 적도 제니의 삶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144 00:08:22,802 --> 00:08:27,039 깜깜한 밤에 머릿속에 맴도는 목소리에 중독될 뿐이었다 145 00:08:28,007 --> 00:08:33,045 어쨌든 앞으로 자주 보겠어 바로 근처에 사니까 146 00:08:33,112 --> 00:08:34,947 그럼 우리 혹시... 147 00:08:35,014 --> 00:08:38,618 뭔가 강한 긍정의 신호를 보내고 싶은데... 148 00:08:38,684 --> 00:08:41,521 뭔가 여지를 줘야 해 어떤 말을 해야 하는 거야? 149 00:08:41,587 --> 00:08:44,090 긴장되어 심장이 뛰고 있다 150 00:08:44,156 --> 00:08:47,927 데이트하자고 하려나?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151 00:08:47,994 --> 00:08:50,263 뭔가 눈빛이 불안하다 그냥 가고 싶나 보다 152 00:08:50,530 --> 00:08:52,698 분위기가 안 좋다 우리 사이에 있는 우정마저 153 00:08:52,765 --> 00:08:55,301 망치면 안 돼 부담은 주지 말자 154 00:08:56,269 --> 00:08:58,538 그럼 우리 혹시 시간 나면... 155 00:08:59,939 --> 00:09:04,210 그러니까 근처에 있을 때 수다나 떨자 156 00:09:04,277 --> 00:09:07,680 수다는 친구들끼리 떠는 거다 157 00:09:08,281 --> 00:09:10,650 괜히 긴장했다 158 00:09:10,716 --> 00:09:12,885 그냥 수다 떨자는 것뿐인데 159 00:09:12,952 --> 00:09:15,154 그래, 그러지 뭐 160 00:09:15,221 --> 00:09:17,924 '그러지 뭐'라니 거절인 건가? 161 00:09:17,990 --> 00:09:22,628 수학 문제 같이 풀려고 통화한 것뿐이지 162 00:09:22,695 --> 00:09:24,864 아무 의미 없으니 이상한 상상 그만하라는 건가? 163 00:09:24,931 --> 00:09:30,102 너도 근처고 나도 근처고 같은 시간에 근처에 있으면 말이야 164 00:09:30,169 --> 00:09:34,106 그래, 그래야겠지 벤 다이어그램이라도 그려야 하나? 165 00:09:34,173 --> 00:09:36,108 - 우리 언제 마주칠지 계산하려고? - 그렇지 166 00:09:36,175 --> 00:09:37,677 괜찮은 생각인데? 167 00:09:39,245 --> 00:09:41,981 제니의 일정이 어떤지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 168 00:09:42,048 --> 00:09:43,883 지질해 보일 것 같다 169 00:09:43,950 --> 00:09:48,821 그럼 다음에 만나면 수다나 떨자, 어때? 170 00:09:50,222 --> 00:09:54,060 그래, 운에 맡겨 보자 171 00:09:56,228 --> 00:09:58,864 나에게 또 이런 운이 올까? 172 00:09:58,931 --> 00:10:01,133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기다려 볼까? 173 00:10:01,200 --> 00:10:04,604 제니가 언제 어디에 있을지 그런 생각하지 말고 말이다 174 00:10:04,670 --> 00:10:07,740 생각한다고 해서 운명이 바뀌는 것은 아닐 테니까 175 00:10:07,807 --> 00:10:12,044 마주칠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으면 이런 행운이 또 찾아올까? 176 00:10:12,111 --> 00:10:14,947 의식과 선택은 이미 결정된 현실을 177 00:10:15,014 --> 00:10:18,017 잘못 자각한 결과일 뿐일까? 178 00:10:19,919 --> 00:10:21,821 젠장, 이제 어떡하지? 179 00:10:30,997 --> 00:10:42,975 "완벽한 여자는 종종 한 발짝 멀리 있지만 닿을 수가 없다" 180 00:10:55,221 --> 00:10:56,856 결국 데이트 신청은 못 했다 181 00:10:56,922 --> 00:11:00,226 확실히 데이트 신청은 아니었다 제니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182 00:11:01,861 --> 00:11:05,064 그럼 다음에 만나면 183 00:11:05,131 --> 00:11:08,134 수다나 떨자, 어때? 184 00:11:08,200 --> 00:11:12,238 그래, 운에 맡겨 보자 185 00:11:19,178 --> 00:11:20,746 연애는 나도 많이 해봤다 186 00:11:20,813 --> 00:11:23,983 시실 내 과거 여자 친구들은 모두 187 00:11:24,050 --> 00:11:25,951 나한테 먼저 사귀자고 했다 188 00:11:26,018 --> 00:11:30,222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래서 연민을 느꼈던 것 같다 189 00:11:30,289 --> 00:11:32,058 그루초 막스의 대사가 떠오른다 190 00:11:32,124 --> 00:11:35,127 '나를 구성원으로 받아줄 만한 클럽에는 들고 싶지 않아' 191 00:11:35,194 --> 00:11:36,195 "전화해요" 192 00:11:36,262 --> 00:11:38,297 이런 생각은 연애할 때마다 전염병처럼 번져서 193 00:11:38,364 --> 00:11:43,202 관계가 끝날 때쯤에는 우유부단한 바보 같은 나를 194 00:11:43,269 --> 00:11:45,271 좋아하는 여자는 싫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195 00:11:45,337 --> 00:11:48,974 하지만 나는 우유부단해서 내가 관계를 깬 적은 없다 196 00:11:49,041 --> 00:11:51,077 아니, 나처럼 지질한 사람은 197 00:11:51,143 --> 00:11:53,379 상대를 무시하면서 은근히 공격하는 스타일이다 198 00:11:53,446 --> 00:11:55,114 "캐럴라인" 199 00:11:55,181 --> 00:11:56,849 상대가 헤어지자고 말할 때까지 200 00:11:56,916 --> 00:11:58,417 우리 이제 헤어지자 201 00:11:58,484 --> 00:12:01,187 그러면 놀라면서 약간 슬픈 표정을 짓는다 202 00:12:01,253 --> 00:12:04,023 붙잡고 싶다는 표정까지는 아니고 203 00:12:04,090 --> 00:12:05,791 먼저 헤어지자고 해서 고맙단 생각을 204 00:12:05,858 --> 00:12:08,127 눈치챌 정도의 슬픈 표정으로 205 00:12:08,194 --> 00:12:11,964 네가 그립긴 하겠지만 의미는 없다는 걸 눈빛으로 말한다 206 00:12:12,031 --> 00:12:15,434 물론 이 표정은 절묘한 균형이 필요하다 207 00:12:15,501 --> 00:12:17,770 자칫 실수하게 되면... 208 00:12:17,837 --> 00:12:19,505 헤어지고 싶지 않은 거지? 209 00:12:31,150 --> 00:12:33,119 그러면서 결국 화해의 섹스를 하게 된다 210 00:12:33,185 --> 00:12:35,888 화해의 섹스는 평소보다 더 흥분을 유발한다 211 00:12:35,955 --> 00:12:39,892 무언가를 잃었다가 되찾은 기분이 든다 212 00:12:39,959 --> 00:12:41,927 그리고 헤어짐의 섹스도 있는데 213 00:12:41,994 --> 00:12:45,064 마지막으로 한 번 하는 것이다 214 00:12:45,131 --> 00:12:47,333 이것도 그냥 섹스보다는 즐겁다 215 00:12:47,399 --> 00:12:51,170 다시는 맛보지 못할 거로 생각하면 뭐든 더 맛있는 법이다 216 00:12:51,237 --> 00:12:53,072 그러고는 계속 반복된다 217 00:12:53,539 --> 00:12:55,341 헤어졌다 다시 만났다 218 00:12:55,908 --> 00:12:57,977 헤어졌다 다시 만났다 219 00:12:58,043 --> 00:12:59,845 긴장했다 풀어지기를 220 00:12:59,912 --> 00:13:05,017 반복하다 보면 진정한 사랑을 찾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진다 221 00:13:06,051 --> 00:13:09,155 섹스는 최고의 마술이다 222 00:13:09,221 --> 00:13:11,323 이건 요지에서 완전히 벗어난 얘기니 223 00:13:11,390 --> 00:13:12,992 나중에 하도록 하자 224 00:13:13,058 --> 00:13:14,994 어쨌든 연애를 많이 해봤다고 해서 225 00:13:15,060 --> 00:13:17,796 정말 곁에 있고 싶은 사람에게 연애하자고 하기가 226 00:13:17,863 --> 00:13:21,100 쉬운 것은 아니다 227 00:13:21,167 --> 00:13:24,570 수학적으로 말하자면 반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228 00:13:24,837 --> 00:13:27,506 관계에서 상대에 대해 의미를 크게 둘수록 229 00:13:27,573 --> 00:13:30,843 사귀자고 말할 가능성은 줄어드는 것이다 230 00:13:30,910 --> 00:13:34,246 내 경우는 그저 가망 없는 수평선이다 231 00:13:34,313 --> 00:13:37,383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도 못 한 한심한 남자다 232 00:13:37,449 --> 00:13:38,450 "비상, 정지" 233 00:13:38,517 --> 00:13:40,986 나는 그간 굉장히 많은 실패를 겪었다 234 00:13:41,453 --> 00:13:44,123 고백 못 하는 단계를 235 00:13:44,190 --> 00:13:47,493 구체적으로 상담해 줄 수 있을 정도이다 236 00:13:47,560 --> 00:13:50,095 1단계는 부정하는 것이다 237 00:13:51,430 --> 00:13:54,066 이거 끝내주는데? 238 00:13:54,133 --> 00:13:57,903 이건 모두가 쉽게 겪는 흔한 일이다 239 00:13:57,970 --> 00:13:59,605 하지만 부정하는 것조차 쉬운 일은 아니다 240 00:13:59,872 --> 00:14:03,042 뜨겁게 사랑하는 커플이라도 보면 소리를 치게 된다 241 00:14:03,108 --> 00:14:04,910 거기 좀 나가서 하죠? 242 00:14:04,977 --> 00:14:07,413 이 문장을 제대로 끝내면 이렇게 된다 243 00:14:07,479 --> 00:14:09,048 당신들이 그러고 있는 걸 보자니 244 00:14:09,114 --> 00:14:12,484 내 존재가 정말 공허하고 가치 없게 느껴지거든요 245 00:14:12,551 --> 00:14:16,088 내 눈을 바라보며 내가 전부라고 말해주는 단 한 사람이 없어서요 246 00:14:16,155 --> 00:14:19,325 모텔 가서 하던 것 마저 하시죠 뭘 하는지는 알고 싶지도 않네요 247 00:14:19,391 --> 00:14:23,028 2단계는 합리화다 왜 사귀자고 안 하는 거야? 248 00:14:23,095 --> 00:14:27,166 엄청 노안이었어, 20년 뒤에는 20살 더 들어 보이겠지 249 00:14:27,233 --> 00:14:31,003 건강에 엄청 신경 쓰고 근본주의적인 생활을 할 거야 250 00:14:31,070 --> 00:14:33,305 내 생활 방식과는 절대 안 맞지 251 00:14:34,073 --> 00:14:36,242 3단계는 스토킹이다 252 00:14:36,942 --> 00:14:41,146 아날로그 시대 때는 스토킹이 무척 어려웠다 253 00:14:41,213 --> 00:14:44,116 직접 따라다녀야 했으니 말이다 254 00:14:44,183 --> 00:14:47,653 디지털 방식보다 불법적인 요소도 많다 255 00:14:47,920 --> 00:14:51,090 그래서 디지털 방식만 이용할 것을 권장한다 256 00:14:51,156 --> 00:14:53,659 4단계는 환상 갖기다 257 00:14:54,226 --> 00:14:57,296 그래, 좋아 258 00:14:57,363 --> 00:14:59,131 그래, 이거야 259 00:14:59,198 --> 00:15:04,403 무슨 얘기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절망이다 260 00:15:04,470 --> 00:15:06,238 지금 내가 바로 그 단계이다 261 00:15:06,305 --> 00:15:10,009 운명은 때때로 확률의 도움이 필요하다 262 00:15:10,075 --> 00:15:13,379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확률을 높이는 일밖에 없다 263 00:15:13,445 --> 00:15:17,249 더 오래 있을수록 기회가 더 많아질 것 같지만 264 00:15:17,316 --> 00:15:19,251 사실은 그렇지 않다 265 00:15:19,318 --> 00:15:22,121 젠장, 절망적이다 266 00:15:22,588 --> 00:15:24,523 대체 제니는 어디 있는 거야? 267 00:15:28,427 --> 00:15:30,362 오, 망할 주여 268 00:15:34,066 --> 00:15:36,101 미안, 생각한 대로 말해버렸네 269 00:15:39,571 --> 00:15:55,721 "완벽하지 않은 여자와 데이트하기가 항상 더 쉽다" 270 00:16:02,461 --> 00:16:07,433 데이트 신청을 못 받았다 이건 데이트 신청이 전혀 아니다 271 00:16:07,499 --> 00:16:10,235 그렇다고 내가 데이트 신청을 하지는 않는다 272 00:16:10,302 --> 00:16:12,671 여자가 그러면 안 된다 273 00:16:13,706 --> 00:16:17,242 원활하게 가려면 다 정해진 순서가 있는 법이다 274 00:16:17,309 --> 00:16:21,013 남자가 여자에게 고백해야 한다 그 반대는 안 된다 275 00:16:21,080 --> 00:16:22,581 경험에서 하는 말이다 276 00:16:22,648 --> 00:16:28,120 먼저 고백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 뒤는 기다림의 연속이었고 277 00:16:28,187 --> 00:16:30,389 결국 항상 애처로운 관계가 됐다 278 00:16:31,190 --> 00:16:36,328 나에게 고백할 용기조차 없는 남자를 얼마나 존경할 수 있을까? 279 00:16:36,395 --> 00:16:38,664 존경심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그건 겉으로 드러난다 280 00:16:38,731 --> 00:16:43,102 밤에 전화통을 붙들고 몇 시간을 화내고 소리치게 된다 281 00:16:43,168 --> 00:16:45,771 전부 하찮은 이유다 282 00:16:46,038 --> 00:16:50,009 머리 스타일이나 신발이 별로고 코 고는 게 싫다는 둥 283 00:16:50,542 --> 00:16:53,612 사실 별것도 아니다 남자는 서서히 말 잘 듣는 284 00:16:53,679 --> 00:16:55,748 노예가 되어 간다 285 00:16:56,448 --> 00:16:58,550 지금 차 가지고 데리러 와 286 00:16:59,451 --> 00:17:01,153 지금 이유가 필요해? 287 00:17:01,220 --> 00:17:05,591 거절이라도 하면 남자가 굽힐 때까지 말싸움이 벌어진다 288 00:17:06,358 --> 00:17:09,061 결국 거절 의사도 밝히지 못한다 그 뒤에 어떻게 될지 아니까 289 00:17:09,128 --> 00:17:11,630 뭐에 물린 불쌍한 개처럼 된다 290 00:17:11,697 --> 00:17:14,299 이렇게 서로 흥미를 잃어가니 정말 애처로운 관계가 아닌가? 291 00:17:14,366 --> 00:17:16,435 그래서 헤어지기로 한다 292 00:17:16,502 --> 00:17:18,404 우리 이제 그만하자 293 00:17:21,106 --> 00:17:24,076 정말 안타까운 일이네 294 00:17:24,676 --> 00:17:28,647 정말 이상하게도 헤어지기를 엄청 원해서 295 00:17:28,714 --> 00:17:32,351 남자가 안도한 것 같으면 나는 상처를 받는다 296 00:17:32,418 --> 00:17:35,054 '감히 우유부단한 멍청이 주제에' 297 00:17:35,120 --> 00:17:37,656 '나랑 헤어져서 좋아하다니' 하면서 말이다 298 00:17:37,723 --> 00:17:41,093 자기는 어디 가서 나만큼 좋은 여자는 절대 못 만날 거야 299 00:17:41,693 --> 00:17:44,329 이렇게 헤어지자는 말을 취소하고 다시 그를 받아들인다 300 00:17:44,830 --> 00:17:49,368 사이먼, 한 번 더 기회를 줄게 진심이야, 잘할 수 있지? 301 00:17:49,435 --> 00:17:51,437 그리고 화해의 섹스를 한다 302 00:17:51,503 --> 00:17:55,240 그러면 어쩐지 더 밀착감이 느껴진다 303 00:17:55,307 --> 00:17:57,142 정말 이상한 일이다 304 00:17:57,209 --> 00:18:00,512 섹스 뒤에는 뭔가 호르몬이 두 배로 분비되는 것 같다 305 00:18:01,313 --> 00:18:03,382 이렇게 또 난 관계의 굴레로 들어오게 된다 306 00:18:03,449 --> 00:18:07,419 존중하지 않는 남자에게 몰두하면서 말이다 307 00:18:07,486 --> 00:18:12,091 하지만 난 자존감이 강해서 '나의 몸과 깊은 내면의 마음을' 308 00:18:12,157 --> 00:18:15,561 '모두 바칠 만한 남자는' 309 00:18:16,628 --> 00:18:20,699 '아주 멋있거나 내가 조금만 손을 보면' 310 00:18:20,766 --> 00:18:23,102 '근사한 사람이 될 만한 남자여야 해'라는 311 00:18:23,168 --> 00:18:25,237 생각을 한다 312 00:18:25,304 --> 00:18:28,440 그래서 사소한 일로 잔소리를 하고 313 00:18:28,507 --> 00:18:32,444 말다툼을 해도 모두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과정이라 생각해서 314 00:18:32,511 --> 00:18:36,381 이 한심한 상황에 대해 나 자신을 감정적으로 벌하지는 않는다 315 00:18:36,448 --> 00:18:39,485 같이 살았던 남자에게는 미안하지만 316 00:18:39,551 --> 00:18:42,488 그러면서도 항상 더 좋은 남자를 찾는다 317 00:18:42,554 --> 00:18:43,555 "조건이 맞는 커플" 318 00:18:43,622 --> 00:18:45,757 더 좋은 남자를 바라면서 헤어지지는 않는다 319 00:18:45,824 --> 00:18:49,661 남자 친구가 있어야 매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320 00:18:49,728 --> 00:18:52,798 솔로에게는 항상 미심쩍은 의문이 따라붙는다 321 00:18:52,865 --> 00:18:55,701 '그 여자는 왜 솔로일까? 무슨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?' 322 00:18:55,767 --> 00:18:59,705 그래서 참을 수 없이 한심하더라도 일단 관계를 유지하고 본다 323 00:18:59,771 --> 00:19:03,242 그래야 더 좋은 남자를 만날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324 00:19:03,308 --> 00:19:07,446 남자 친구가 있을 때 누군가가 대시를 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325 00:19:07,513 --> 00:19:10,182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일 아닌가? 326 00:19:10,682 --> 00:19:15,587 내가 아는 여자와 사귀었던 남자만 아니면 상관없다 327 00:19:15,654 --> 00:19:18,924 이중 잣대이긴 하지만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 328 00:19:19,191 --> 00:19:25,797 어쨌든 난 스탠을 생각하며 남자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329 00:19:25,864 --> 00:19:29,268 단 1%로의 죄책감도 없이 이런 생각을 했다 330 00:19:29,835 --> 00:19:33,539 '스탠이 고백을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?' 331 00:19:34,540 --> 00:19:39,178 '또 우연히 마주치는 데 10년이 걸리면 어쩌나?' 332 00:19:39,244 --> 00:19:41,947 '그는 어디 살고 있을까? 그의 방은 어떤 모습일까?' 333 00:19:42,881 --> 00:19:45,517 '그의 손을 잡으면 어떤 느낌일까?' 334 00:19:46,451 --> 00:19:50,355 '그가 내 허리를 감싸 안으면 어떤 기분일까?' 335 00:19:50,422 --> 00:19:54,860 '깊은 밤 잠들기 전에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어떨까?' 336 00:19:56,461 --> 00:19:59,698 다시 만나는 건 운명에 맡기기로 했다 337 00:20:00,465 --> 00:20:03,936 난 운명을 믿지 않는다 338 00:20:06,271 --> 00:20:08,240 오, 망할 주여 339 00:20:12,711 --> 00:20:14,680 미안, 생각한 대로 말해 버렸네 340 00:20:15,314 --> 00:20:18,750 나 보고 신이라니 고마울 따름이지 341 00:20:22,454 --> 00:20:23,755 안녕 342 00:20:27,226 --> 00:20:33,832 "완벽한 여자도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" 343 00:20:40,305 --> 00:20:42,507 신경 쓰지 않은 척해야 한다 344 00:20:42,574 --> 00:20:43,875 안녕 345 00:20:45,010 --> 00:20:46,778 안녕 346 00:20:49,548 --> 00:20:52,484 '주'라고 부른 건 미안해 널 만난 게 놀라워서 그랬어 347 00:20:52,951 --> 00:20:55,854 놀랐다고? 그럼 내 생각은 안 한 거야? 348 00:20:55,921 --> 00:20:58,023 난 그렇게 많이 했는데 349 00:20:58,290 --> 00:21:01,727 아니, 난 네 생각밖에 안 했어 350 00:21:03,562 --> 00:21:05,797 누구 기다려? 351 00:21:05,864 --> 00:21:08,000 아니, 사실 맞아 352 00:21:08,267 --> 00:21:10,936 올지 어떨지 몰라서 말이야 353 00:21:11,003 --> 00:21:14,940 거짓말쟁이 불안해하는 걸 보니 거짓말이다 354 00:21:16,375 --> 00:21:17,709 나도 누구 기다리는 중이야 355 00:21:19,945 --> 00:21:22,347 그럼 같이 기다릴까? 356 00:21:24,683 --> 00:21:27,486 좋았어 이제 다시 만회하는 거야 357 00:21:27,552 --> 00:21:30,455 제니와 잠깐 얘기를 나누는 거야 358 00:21:30,522 --> 00:21:33,458 더 중요한 내 친구를 기다리면서 359 00:21:33,525 --> 00:21:36,595 하지만 그 친구는 절대 안 오지 처음부터 약속은 없었으니까 360 00:21:36,662 --> 00:21:39,531 최악의 경우에는 이 행동이 의미를 잃고 361 00:21:39,598 --> 00:21:42,067 내가 거짓말쟁이거나 친구를 대낮에 서서 362 00:21:42,334 --> 00:21:44,670 기다리게 한 사람이 될 수가 있다 363 00:21:45,737 --> 00:21:49,641 오래는 못 있을 것 같아 네 친구가 기다리잖아 364 00:21:50,042 --> 00:21:53,545 별로 상관없어 우리도 친구잖아 365 00:21:56,415 --> 00:22:00,585 맙소사 '친구'라고 말해 버렸다 366 00:22:00,652 --> 00:22:02,688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냥 말이 나와 버렸다 367 00:22:02,754 --> 00:22:07,693 하지만 이 잠깐의 침묵도 과거를 보면 많은 의미가 있다 368 00:22:07,759 --> 00:22:11,096 나를 올려다보는 것은 약간 상처를 받았다는 것이다 369 00:22:11,363 --> 00:22:14,333 슬프다는 표시일 것이다 그리고 눈을 돌리고 370 00:22:14,399 --> 00:22:16,968 다시 평정을 되찾고 웃는다 371 00:22:17,035 --> 00:22:20,372 갑자기 여기서 나가고 싶다 372 00:22:20,439 --> 00:22:23,342 이유는 모르겠다 아니, 확실히 안다 373 00:22:23,408 --> 00:22:27,579 내가 바보 같다 너무 속내를 드러냈다 374 00:22:27,646 --> 00:22:31,116 그는 내 속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다 375 00:22:31,383 --> 00:22:33,518 저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376 00:22:34,486 --> 00:22:36,855 저 눈빛... 377 00:22:36,922 --> 00:22:40,358 예전에도 이렇게 눈을 맞추고 있을 때가 있었다 378 00:22:40,959 --> 00:22:44,696 편지가 아니면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379 00:22:45,831 --> 00:22:48,433 여름 방학 때 비밀스러운 편지를 주고받고는 380 00:22:48,500 --> 00:22:52,104 가끔 서로 지나칠 때 눈을 맞추곤 했다 381 00:23:00,045 --> 00:23:04,516 근데 지금은 그럴 수 없다 눈을 맞추면 내 마음을 들킬 테니 382 00:23:04,583 --> 00:23:06,518 내 눈을 피한다 383 00:23:06,585 --> 00:23:10,122 나와 거리를 두려고 하니 나도 그럴 수밖에 없다 384 00:23:10,388 --> 00:23:14,025 하지만 이것도 좋다 마음을 열게 하고 싶다 385 00:23:14,092 --> 00:23:16,828 한 번만 눈을 맞춰 줘 386 00:23:17,662 --> 00:23:21,566 제발, 내가 그 순간을 위해 몇 년을 기다렸는데 387 00:23:21,633 --> 00:23:26,004 예전에는 눈 맞추는 게 우리가 낮에 하는 유일한 대화였다 388 00:23:26,071 --> 00:23:28,607 처음에는 평소처럼 주위를 보다가 389 00:23:28,673 --> 00:23:33,078 눈이 마주치는 순간 1초, 2초, 그리고 390 00:23:33,812 --> 00:23:37,783 가장 설레는 3초 391 00:23:38,483 --> 00:23:41,019 3초가 된 순간에는 마음에 뭔가가 일었다 392 00:23:41,086 --> 00:23:43,088 뭔가 확실해지는 기준인 것 같다 393 00:23:43,155 --> 00:23:46,792 뭔가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면 3초간 눈을 맞출 이유가 없다 394 00:23:46,858 --> 00:23:49,961 그 시선에는 아주 큰 의미가 담겨 있다 395 00:23:50,662 --> 00:23:53,865 처음 몇 번은 뜻밖에 그렇게 됐지만 396 00:23:53,932 --> 00:23:57,969 그 느낌이 아주 좋아서 또 계속 보고 싶다 397 00:23:58,036 --> 00:24:00,005 아무리 봐도 부족할 만큼 398 00:24:00,071 --> 00:24:03,675 마주한 두 눈이 서로에게 의지가 된다 399 00:24:03,742 --> 00:24:06,511 이렇게 바라보는 것 말고 더 중요한 일은 없는 것처럼 400 00:24:06,578 --> 00:24:08,079 이 세상에 둘만 있는 느낌이다 401 00:24:08,146 --> 00:24:12,184 3초가 되는 순간 영원이라는 호수에 발을 담근다 402 00:24:12,450 --> 00:24:16,021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다 403 00:24:16,087 --> 00:24:21,693 그리고 5, 6초쯤 됐을까? 그때 천천히 미소를 띤다 404 00:24:21,760 --> 00:24:26,531 시간이 비껴간 듯한 순간에는 몇 초인지 셀 수가 없어 모르겠다 405 00:24:26,598 --> 00:24:28,967 우리만 다른 차원에 있는 것 같다 406 00:24:31,603 --> 00:24:34,873 그 공간에서 그는 뭐든지 알 수 있다 407 00:24:35,574 --> 00:24:39,611 우리가 시선을 마주칠 때면 그는 모든 것을 꿰뚫어 봤다 408 00:24:40,745 --> 00:24:46,751 나는 마치 배꼽을 내놓고 뒹구는 강아지처럼 모든 것을 보여줬다 409 00:24:46,818 --> 00:24:49,254 상처나 신뢰하는 마음까지도 410 00:24:49,521 --> 00:24:51,890 그러고 나면 미소를 띄웠다 411 00:24:52,991 --> 00:24:56,494 천천히 내 마음을 풀어주고 412 00:24:56,561 --> 00:24:59,965 나를 자극해 봄에 피는 꽃처럼 내 마음을 활짝 열게 했다 413 00:25:00,031 --> 00:25:03,668 새로운 미지의 세계였다 414 00:25:03,735 --> 00:25:07,272 우리 둘만이 만들 수 있는 세계 415 00:25:07,539 --> 00:25:12,143 나는 향수병에 걸린 듯 그 세계가 그립다 416 00:25:14,079 --> 00:25:17,515 별로 상관없어 우리도 친구잖아 417 00:25:17,983 --> 00:25:20,986 물론 우리도 친구지 418 00:25:21,786 --> 00:25:25,223 아주 좋은 친구지 우리 친하잖아 419 00:25:25,290 --> 00:25:28,260 젠장, 그만 말해 420 00:25:28,526 --> 00:25:30,896 지금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421 00:25:31,596 --> 00:25:34,299 제발 누가 살려줘 422 00:25:34,566 --> 00:25:39,170 스탠, 제니 둘이 아는 사이였어? 423 00:25:39,237 --> 00:25:41,907 응, 동창이야 424 00:25:42,807 --> 00:25:44,276 정말이야? 425 00:25:45,977 --> 00:25:49,781 그래, 오래된 친한 친구야 426 00:25:51,216 --> 00:25:53,919 내가 방해된 거 아니야? 합석해도 돼? 427 00:25:53,985 --> 00:25:55,086 물론이지 428 00:25:55,153 --> 00:25:57,055 커피 한 잔 더 마실 사람? 429 00:25:57,122 --> 00:25:58,723 아니, 괜찮아 430 00:26:07,198 --> 00:26:08,900 나 사실 잭 기다리고 있었어 431 00:26:09,801 --> 00:26:11,202 나도 그런데? 432 00:26:15,340 --> 00:26:24,349 "때로는 침묵이 오히려 더 많은 말을 한다" 433 00:26:32,924 --> 00:26:34,926 잭이랑 안 지는 얼마나 됐어? 434 00:26:35,694 --> 00:26:37,829 얼마 안 됐어 435 00:26:38,964 --> 00:26:43,268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이 얘기를 할 수 있을까? 436 00:26:43,335 --> 00:26:47,072 이건 절대 꺼내고 싶지 않은 비밀이었다 437 00:26:47,138 --> 00:26:48,673 내 계획은 완벽했다 438 00:26:48,740 --> 00:26:50,775 새로운 사람을 찾아 약간 눈길을 준 후 439 00:26:50,842 --> 00:26:53,244 신중하게 데이트를 몇 번 하고 440 00:26:53,311 --> 00:26:57,749 바람피운 여자가 되지 않게 그가 다가오게 하는 것이다 441 00:26:57,816 --> 00:26:59,951 나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서 442 00:27:00,018 --> 00:27:04,222 하지만 어느 정도 진행이 되면 죄책감도 느낀다 443 00:27:04,289 --> 00:27:08,827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리는 서로 안 맞는다고 444 00:27:08,893 --> 00:27:10,829 말해 준다 445 00:27:10,895 --> 00:27:13,865 이제 잭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지? 446 00:27:13,932 --> 00:27:17,736 처음부터 왜 여기서 만나자는 데 동의한 거야? 447 00:27:17,802 --> 00:27:22,307 멀리 있었어도 말할 기회가 있었는데 448 00:27:22,374 --> 00:27:25,210 스탠과 마주치길 기다려 놓고 449 00:27:25,276 --> 00:27:27,879 사실 기회는 없었다 450 00:27:27,946 --> 00:27:31,816 통계를 내는 것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451 00:27:31,883 --> 00:27:33,351 하지만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452 00:27:33,418 --> 00:27:37,322 그런데 우리 둘 다 아는 친구가 있었다니 453 00:27:37,389 --> 00:27:41,426 둘은 친구 이상은 아닌 것 같다 커플 느낌은 전혀 아니다 454 00:27:41,693 --> 00:27:45,230 나도 여자인 친구는 많지 않나? 455 00:27:45,296 --> 00:27:47,198 사실 한 명도 없다 456 00:27:47,265 --> 00:27:51,870 누구나 어느 순간이 되면 데이트 또는 섹스를 하고 싶었다 457 00:27:51,936 --> 00:27:53,671 어리석다는 거 안다 458 00:27:53,738 --> 00:27:57,709 어리석은 생각이지만 그냥 일어나서 나갈까? 459 00:27:58,443 --> 00:28:00,779 서툰 변명이라도 하고 그냥 나가야 하나? 460 00:28:00,845 --> 00:28:02,414 젠장 461 00:28:02,680 --> 00:28:07,218 만날 수 있을 거로 생각하면서 스탠과 다시 마주치기만을 462 00:28:07,285 --> 00:28:09,454 간절히 빌었는데 463 00:28:10,188 --> 00:28:13,792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 완전히 망했다 464 00:28:13,858 --> 00:28:16,728 그리고 그 다른 사람은 중요한 사람이기도 하다 465 00:28:16,795 --> 00:28:18,797 화학 반응은 사라지기 쉽다 466 00:28:19,931 --> 00:28:24,002 제니와 나는 다른 남자아이와 화학 시험 모둠이 된 적이 있다 467 00:28:24,069 --> 00:28:26,404 기억하고 싶지 않아 이름은 잊어버렸다 468 00:28:26,471 --> 00:28:29,274 그 아이가 혼합 용액에 시약을 두 방울 더 떨어뜨렸다 469 00:28:29,340 --> 00:28:32,110 단 두 방울이었다 470 00:28:32,177 --> 00:28:36,748 결국 100개 모둠 중에 우리는 103등을 하고 말았다 471 00:28:36,815 --> 00:28:40,218 우리 결과가 그래프와 동떨어져 범위에서 제외한 것이다 472 00:28:40,285 --> 00:28:42,821 종형 곡선에 방해가 되었으니까 473 00:28:42,887 --> 00:28:46,191 아까 섹스를 하고 싶었다고 한 여자인 친구들의 경우에는 474 00:28:46,257 --> 00:28:48,226 둘 사이에 성적인 끌림이 있었다 475 00:28:48,293 --> 00:28:51,062 자꾸 돌아오게 하는 끌림 말이다 476 00:28:51,129 --> 00:28:53,231 이때는 균형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 477 00:28:53,298 --> 00:28:56,201 너무 멀리 가도 너무 거리를 둬도 안 된다 478 00:28:56,267 --> 00:28:59,137 서로 성적인 끌림을 가진 완벽하게 좋은 친구 관계를 479 00:28:59,204 --> 00:29:01,740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480 00:29:01,806 --> 00:29:06,144 하지만 제니는 이런 균형 따위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다 481 00:29:06,211 --> 00:29:08,947 그냥 용액에 시약을 들이붓고 482 00:29:09,013 --> 00:29:11,382 폭발하는 순간을 같이 공유하고 싶은 사람이다 483 00:29:11,449 --> 00:29:14,119 하지만 그렇게 못했다 그냥 시약을 감질나게 484 00:29:14,185 --> 00:29:18,857 몇 방울 떨어뜨려 우정인지 환상인지를 심어줬고 485 00:29:18,923 --> 00:29:21,960 너무 멀리 간 바람에 아무도 그 결과를 원치 않게 됐다 486 00:29:22,026 --> 00:29:25,497 종형 곡선 범위와 완전히 동떨어지게 됐으니까 말이다 487 00:29:27,465 --> 00:29:29,334 너는 잭이랑 안 지 얼마나 됐어? 488 00:29:30,301 --> 00:29:33,938 몇 달 전에 페인트볼 경기에서 만났는데 내 고환을 맞췄거든 489 00:29:35,840 --> 00:29:40,178 병원에서 긴급 처치하는 동안 같이 있어 줬어 490 00:29:40,879 --> 00:29:42,447 지금은 괜찮아? 491 00:29:42,514 --> 00:29:44,883 아, 거기? 괜찮은 것 같아 492 00:29:44,949 --> 00:29:47,952 파란색 페인트가 좀 묻어 있긴 하지만 493 00:29:48,019 --> 00:29:50,155 기능에는 아무 문제 없어 494 00:29:50,221 --> 00:29:57,228 미안해 상상 안 하려고 노력했는데 495 00:29:59,931 --> 00:30:03,134 내가 꿈꾸던 여자가 바로 앞에 앉아 있는데 496 00:30:03,201 --> 00:30:06,137 둘 다 잘 모르는 친구가 우리를 방해하려는 상태고 497 00:30:06,204 --> 00:30:08,873 내가 용기 내서 한 말이라고는 498 00:30:08,940 --> 00:30:11,309 고환이 파란색이 된 사연이라니 499 00:30:11,376 --> 00:30:15,513 문득 '그는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'라는 생각을 했다 500 00:30:15,580 --> 00:30:20,118 아이는 하나 아니 둘이면 좋겠다 501 00:30:20,919 --> 00:30:23,054 너무 먼 미래인 건가? 502 00:30:23,121 --> 00:30:26,925 가정을 일구고 싶은 욕구가 치솟는 나이이긴 하다 503 00:30:26,991 --> 00:30:30,562 가정을 꾸리고 싶다 아이도 갖고 싶다 504 00:30:30,829 --> 00:30:33,231 요즘은 누구와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505 00:30:33,298 --> 00:30:37,969 근데 지금은 이 남자 생각뿐이다 고환 얘기 전에 든 생각이지만 506 00:30:38,336 --> 00:30:40,471 잭이랑은 전혀 그런 느낌이 없다 507 00:30:40,538 --> 00:30:46,377 잠자리를 해도 결속감을 느끼지 못한다 508 00:30:46,444 --> 00:30:50,949 정말 이상한 일이지만 내 진심이 그렇다 509 00:30:51,015 --> 00:30:55,386 나는 항상 몸을 주는 건 510 00:30:55,453 --> 00:30:59,057 내 영혼도 같이 주는 거로 생각했다 511 00:30:59,123 --> 00:31:03,561 근데 잭에게는 1cm도 가까운 느낌이 없다 512 00:31:04,529 --> 00:31:09,033 섹스는 그냥 재미있고 흥미로운 활동일 뿐이다 513 00:31:09,100 --> 00:31:14,906 끌림이 있긴 하지만 마음이 열리지는 않는다 514 00:31:14,973 --> 00:31:17,175 완벽한 합에 도달하지 못한다 515 00:31:18,443 --> 00:31:23,548 힘이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나의 소망 같은 것인데 516 00:31:23,615 --> 00:31:28,486 진정한 짝과는 본능적으로 그런 경험을 할 것 같다 517 00:31:29,153 --> 00:31:33,925 잭한테 이미 들었을 텐데 재미도 없는 얘기 해서 미안해 518 00:31:33,992 --> 00:31:35,560 이 얘기 안 하던데? 519 00:31:35,627 --> 00:31:37,962 하긴 파란색 고환 얘기가 520 00:31:38,029 --> 00:31:40,431 아무 때나 막 생각나는 얘기는 아니지 521 00:31:43,401 --> 00:31:45,503 어쨌든 둘은 어떻게 만난 거야? 522 00:31:46,337 --> 00:31:49,107 - 틴더에서 - 뭐? 523 00:31:49,674 --> 00:31:53,311 휴대폰 앱 말이야 내가 어떤 사람 사진을 밀고 524 00:31:53,378 --> 00:31:57,215 근처에 있던 그 사람이 내 사진을 밀면 525 00:31:57,282 --> 00:31:59,584 연결되는 데이트 앱 있잖아 526 00:32:00,385 --> 00:32:02,453 - 완전히 우연이네? - 응 527 00:32:02,520 --> 00:32:08,493 평소에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사람들도 만나게 되지 528 00:32:10,028 --> 00:32:12,030 그럼 채팅부터 시작한 거네? 529 00:32:12,096 --> 00:32:17,101 응, 그냥 데이트 같은 거야 530 00:32:17,168 --> 00:32:20,371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 버렸다 531 00:32:20,438 --> 00:32:24,709 드디어 말하고 싶지 않았던 곤란한 사실을 꺼내 놓은 것이다 532 00:32:24,976 --> 00:32:27,478 이제 침묵이 이어지고 533 00:32:27,545 --> 00:32:31,616 10년의 공백만큼 곤란함이 점점 가중된다 534 00:32:32,417 --> 00:32:36,421 분명히 알 수 있다 이건 치명적인 한 방이었다 535 00:32:36,487 --> 00:32:38,289 너무 또렷하게 느껴진다 536 00:32:39,457 --> 00:32:43,027 난 정말 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 537 00:32:43,094 --> 00:32:44,362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538 00:32:44,429 --> 00:32:49,200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평소처럼 말을 할 수 없었다 539 00:32:49,267 --> 00:32:52,003 이 곤란한 상황을 돌릴 만한 다른 얘기가 떠오르지 않았다 540 00:32:52,070 --> 00:32:55,206 잭과 제니가 사귀다니 541 00:33:02,313 --> 00:33:06,217 나도 부끄럽고 혼란스럽다 우리 둘의 비밀스러운 연결고리를 542 00:33:06,284 --> 00:33:10,655 내가 평화를 깨고 더럽힌 듯한 기분이 들었다 543 00:33:10,722 --> 00:33:16,294 우리만의 비밀스러운 섬에 불경한 물건을 가져온 것이다 544 00:33:16,361 --> 00:33:19,097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뻤다 545 00:33:19,163 --> 00:33:24,335 땅속 깊은 곳에 있는 자갈 속 뿌리에서 546 00:33:24,402 --> 00:33:28,673 작은 씨앗 하나가 나를 위해 싹을 틔우는 듯했다 547 00:33:28,740 --> 00:33:32,477 가끔은 상대에게 상처를 줘야 나를 진짜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548 00:33:32,543 --> 00:33:36,180 나를 정말 좋아하나 보다 549 00:33:37,615 --> 00:33:39,350 나 왔어 550 00:33:39,417 --> 00:33:41,686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? 551 00:33:41,753 --> 00:33:43,621 아니, 무슨 생각 하고 있었냐고 물어야 하나? 552 00:33:43,688 --> 00:33:46,391 자기, 이 질문 좋아하잖아 553 00:33:46,457 --> 00:33:48,726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었어? 554 00:34:01,205 --> 00:34:09,714 "완벽한 여자에게 파란 고환 얘기는 하지 말 것" 555 00:34:14,752 --> 00:34:16,354 나 왔어 556 00:34:16,421 --> 00:34:18,656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? 557 00:34:18,723 --> 00:34:20,658 아니, 무슨 생각 하고 있었냐고 물어야 하나? 558 00:34:20,725 --> 00:34:23,428 자기, 이 질문 좋아하잖아 559 00:34:23,494 --> 00:34:26,097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었어? 560 00:34:26,164 --> 00:34:28,800 난 갑자기 그 질문을 받으면 완전히 무장 해제되더라고 561 00:34:29,067 --> 00:34:31,169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 562 00:34:31,235 --> 00:34:34,705 솔직한 대답밖에 떠오르지 않아 563 00:34:37,842 --> 00:34:42,246 내 거라고 아주 도장을 찍는군 564 00:34:42,313 --> 00:34:45,750 남자들 사이 무언의 신호다 '이 여자는 내 거야' 565 00:34:45,817 --> 00:34:49,654 제니는 잠깐 멈칫하더니 억지로 웃음을 짓는다 566 00:34:49,720 --> 00:34:51,656 모든 게 억지스럽다 567 00:34:51,722 --> 00:34:54,692 나의 노력은 장애에 부딪혔다 568 00:34:54,759 --> 00:34:58,563 제니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569 00:34:58,629 --> 00:35:00,565 많은 말을 하는 듯하다 570 00:35:02,333 --> 00:35:04,669 얼굴에는 43개의 근육이 있다 571 00:35:04,735 --> 00:35:08,406 그중 웃을 때 필요한 게 17개이며 하나의 신경으로 제어된다 572 00:35:08,473 --> 00:35:10,608 바로 안면 신경이다 이는 5개의 가지로 구성된다 573 00:35:10,675 --> 00:35:12,510 바로 관자, 볼, 경부 574 00:35:12,577 --> 00:35:13,878 하악, 광대 가지이다 575 00:35:14,145 --> 00:35:17,682 신경이 분포된 모든 근육이 오케스트라처럼 합주하여 576 00:35:17,748 --> 00:35:21,719 시공간 속에서 표정을 만드는 것이다 577 00:35:21,786 --> 00:35:24,689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578 00:35:25,389 --> 00:35:28,426 그녀가 얼마 동안 웃고 있었는지 579 00:35:28,493 --> 00:35:31,195 미소 짓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렸는지 말이다 580 00:35:31,262 --> 00:35:35,433 완벽한 미소는 아니다 눈으로 잘 못 웃는다 581 00:35:35,500 --> 00:35:38,369 웃음에 약간의 슬픔이 묻어난다 582 00:35:38,436 --> 00:35:40,471 얼마간 눈을 맞추다가 583 00:35:40,538 --> 00:35:45,243 옆에 앉은 그를 보고 눈을 아래로 떨군다 584 00:35:45,309 --> 00:35:48,779 제니의 모든 움직임을 보고 있다 아주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585 00:35:48,846 --> 00:35:50,615 어떤 말을 하는 걸까? 586 00:35:51,282 --> 00:35:56,621 제니의 속마음은 아마 '여기로 데려와서 미안해' 587 00:35:56,687 --> 00:35:59,323 '우리 함께 있는 세계에 시간에 방해가 됐어' 588 00:35:59,390 --> 00:36:02,226 '우리의 마법 같은 시간을 현실로 돌아오게 했어' 589 00:36:02,293 --> 00:36:05,830 '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되돌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어' 590 00:36:05,897 --> 00:36:09,267 '나도 너와 있고 싶어 제발 알아줘' 591 00:36:09,333 --> 00:36:13,838 '10년이 지났어도 난 변하지 않았어'일 것이다 592 00:36:13,905 --> 00:36:15,907 그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 593 00:36:17,675 --> 00:36:20,378 이 미소를 추억하며 몇 년을 지낸 것 같다 594 00:36:20,444 --> 00:36:22,680 이 무언의 언어는 실제로 나눈 대화보다 595 00:36:22,747 --> 00:36:25,716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596 00:36:27,218 --> 00:36:30,888 그의 눈이 미소를 지으며 나를 향하고 있다 597 00:36:30,955 --> 00:36:34,959 이 짧은 순간은 잭과 지낸 몇 달과도 바꿀 수 있다 598 00:36:35,226 --> 00:36:39,597 천국이나 영원의 시간은 아주아주 길다고들 하지만 599 00:36:39,664 --> 00:36:43,968 나는 긴 것이 아니라 시간이 존재하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 600 00:36:44,235 --> 00:36:47,939 오스트리아 알프스 산을 올라 장관을 바라볼 때 601 00:36:48,206 --> 00:36:54,812 광대한 바다, 하늘, 은하수를 느낄 때와 마찬가지로 602 00:36:54,879 --> 00:36:59,350 그의 눈을 들여다볼 때 '아하' 하는 순간이 있다 603 00:36:59,417 --> 00:37:02,954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우주로 가득한 604 00:37:03,221 --> 00:37:07,892 마음속 깊은 곳의 무언가가 문득 이해가 되는 순간 605 00:37:07,959 --> 00:37:11,529 시간을 초월하는 듯한 경험을 한다 606 00:37:11,596 --> 00:37:13,731 갑자기 과거로 이끌려가 607 00:37:13,798 --> 00:37:17,668 좋아하는 남자아이의 마음을 얻고 싶어 하는 608 00:37:17,735 --> 00:37:20,271 여린 10대 소녀가 된다 609 00:37:20,338 --> 00:37:25,643 이러한 순간이 반복되면 전혀 다른 세계로 가게 되는데 610 00:37:25,710 --> 00:37:29,413 거기는 시공간을 초월한 곳이다 611 00:37:29,480 --> 00:37:30,648 말해 봐 612 00:37:32,283 --> 00:37:35,586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무한함에 대해 생각했어 613 00:37:35,653 --> 00:37:38,756 세상에 시간을 초월하는 것이 있을까? 614 00:37:38,823 --> 00:37:41,425 그런 게 어디 있어? 615 00:37:41,492 --> 00:37:43,961 우리는 시간 속으로 태어나고 시간이 끝나면 죽어 616 00:37:44,028 --> 00:37:45,997 우리가 없을 때도 시간은 흘러가 617 00:37:46,864 --> 00:37:50,901 캠핑할 때 언덕에 앉아 흠뻑 젖는 기분에 취하면 618 00:37:50,968 --> 00:37:52,637 나도 그런 생각 들더라 619 00:37:52,703 --> 00:37:55,606 경치가 너무 예뻐서 그런 거야? 620 00:37:56,407 --> 00:37:57,842 아니, 뭔가 초월하는 기분이야 621 00:37:57,908 --> 00:38:02,546 가령, 우주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잖아 622 00:38:02,913 --> 00:38:06,817 맞아 이해의 수준을 넘어서지 623 00:38:06,884 --> 00:38:08,853 우리의 이해는 시공간의 한계에 부딪히니까 624 00:38:08,919 --> 00:38:12,456 그 정도로 경치가 아름답다는 거지? 625 00:38:13,758 --> 00:38:15,026 맞아 626 00:38:17,361 --> 00:38:20,865 별, 그리고 시공간에 관한 이야기는 결국은 627 00:38:20,931 --> 00:38:25,836 별 의미가 없다 다만 이 순간의 느낌과 이미지가 628 00:38:25,903 --> 00:38:27,638 내 뇌리에 남았을 뿐이다 629 00:38:27,705 --> 00:38:31,375 제니는 떠났다 돌아보며 미소를 지어줬다 630 00:38:31,442 --> 00:38:33,811 '왜 아무것도 안 하는 거야?' 631 00:38:33,878 --> 00:38:36,414 '예전에도 10년이 지난 지금도' 632 00:38:36,480 --> 00:38:39,684 '이건 네 잘못이야 널 위해 여기까지 왔는데' 633 00:38:39,750 --> 00:38:43,921 '너 때문에 우리는 점점 멀어지는 거야'라고 말하는 듯했다 634 00:38:44,622 --> 00:38:47,058 제니의 얼굴, 미소 635 00:38:47,325 --> 00:38:50,995 모든 것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말하는 단서이자 메시지였다 636 00:38:51,062 --> 00:38:55,366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637 00:38:56,467 --> 00:38:59,403 그냥 방관자의 태도로 추정, 가능성, 이론 따위의 638 00:38:59,470 --> 00:39:02,373 온갖 생각으로 철저히 굳어 있었다 639 00:39:02,440 --> 00:39:07,478 생각만 할 게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할 때였다 640 00:39:07,545 --> 00:39:10,481 순간의 영원 속에 있을 때는 어찌 되든 좋았다 641 00:39:10,548 --> 00:39:13,484 하지만 시간이 있는 현실로 돌아와야 했고 642 00:39:14,352 --> 00:39:17,922 시간의 경계가 있는 곳에서는 뭔가 해야 했음을 절실히 느꼈다 643 00:39:17,988 --> 00:39:20,791 지금 온몸으로 느껴봤자 644 00:39:20,858 --> 00:39:25,896 그 시간은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정말 끔찍한 일이다 645 00:39:25,963 --> 00:39:28,666 그래서 두렵다 646 00:39:28,733 --> 00:39:31,068 잃어버린 시간과 마주하는 것보다는 647 00:39:31,135 --> 00:39:32,503 "계속 연락하자, 제니" 648 00:39:32,570 --> 00:39:34,939 차라리 순간의 영원 속에 있고 싶다 649 00:39:40,578 --> 00:39:54,792 "결국 해야 할 말은 반드시 해야 한다" 650 00:39:58,396 --> 00:40:00,798 "스탠에게 오늘 밤에..." 651 00:40:03,634 --> 00:40:06,003 오늘 밤에 어느 절벽 끝에 앉아 있었는데 652 00:40:07,571 --> 00:40:11,108 끝없이 일렁이는 파도가 653 00:40:11,175 --> 00:40:16,147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다가 이내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어 654 00:40:18,482 --> 00:40:22,987 사라지는 것도 아름다울 수 있더라 우리는 매일 그와 싸우고 있지만 655 00:40:23,053 --> 00:40:27,024 시간은 무섭지만 축복인 것 같아 656 00:40:28,092 --> 00:40:29,994 절벽에서 느낀 고독감도 좋았어 657 00:40:31,195 --> 00:40:34,999 나는 엄마에게 다음번 올 때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658 00:40:35,065 --> 00:40:37,168 나 혼자 둬줄 수 있냐고 물었어 659 00:40:37,868 --> 00:40:41,005 엄마는 웃으면서 성인이 되면 그렇게 하라고 했지 660 00:40:41,972 --> 00:40:46,110 근데 나이를 먹을수록 혼자는 싫을 것 같은 게 참 모순이야 661 00:40:47,211 --> 00:40:50,915 그래서 다른 사람과 이 절벽에 있는 것을 상상했어 662 00:40:51,682 --> 00:40:52,983 정말 특별한 사람 말이야 663 00:41:21,745 --> 00:41:23,514 죄책감이 느껴진다 664 00:41:23,581 --> 00:41:26,584 객관적으로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지만 665 00:41:26,650 --> 00:41:30,221 나의 객관적 기준이 잘못된 것이다 666 00:41:30,488 --> 00:41:35,493 사실 마음은 다른 곳에 있다 잭도 알아야 마땅하다 667 00:41:36,227 --> 00:41:37,695 내 문제는 뭘까? 668 00:41:37,761 --> 00:41:41,732 두 남자 때문에 동시에 골치 아픈 일은 없었는데 669 00:41:41,799 --> 00:41:46,670 인간관계에서 누구나 겪는 평범한 문제이기도 하잖아 670 00:41:46,737 --> 00:41:49,039 그렇다고 아무 이유 없이 헤어질 수는 없고 671 00:41:49,106 --> 00:41:52,109 혼자가 되면 금요일 밤에 갈 데도 없는데 672 00:41:52,743 --> 00:41:54,945 불현듯 마음속에 뭔가가 일고 있다 673 00:41:55,012 --> 00:41:57,815 찰나의 만남 속 즐거움이랄까? 674 00:41:57,882 --> 00:42:00,885 정확히 무엇인지 계속 생각해봤는데 675 00:42:00,951 --> 00:42:03,654 그건 가능성이다 676 00:42:03,721 --> 00:42:07,791 상상력을 자극하는 남자와 출세의 열망을 가진 남자가 있다 677 00:42:07,858 --> 00:42:10,728 스스로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강력하게 678 00:42:10,794 --> 00:42:14,031 우리가 함께 있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679 00:42:14,098 --> 00:42:19,637 이러한 생각과 감정은 마치 해류와 같다 680 00:42:19,703 --> 00:42:24,008 보이지는 않지만 강력하다 난 그 자애로움에 빠져 있다 681 00:42:24,074 --> 00:42:27,311 저류는 너무나 강력해서 나를 안으로 빨아들인다 682 00:42:27,578 --> 00:42:31,815 바닷속에서 즐거운 여정을 끝내면 해안가로 날 다시 데려다준다 683 00:42:45,129 --> 00:42:49,900 파도가 출렁이며 왔다가 갔다가 다시 밀려온다 684 00:42:50,568 --> 00:42:53,137 그와 함께 죄책감도 밀려온다 685 00:42:54,038 --> 00:42:56,840 잭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686 00:42:56,907 --> 00:42:58,876 전혀 문제가 없다 687 00:42:58,943 --> 00:43:00,678 잭 같은 사람이면 결혼할 수 있어 688 00:43:00,744 --> 00:43:02,212 정말? 689 00:43:02,279 --> 00:43:05,683 네가 누군가와 결혼을 같이 놓고 생각하는 건 690 00:43:05,749 --> 00:43:07,785 처음인 것 같은데? 691 00:43:07,851 --> 00:43:10,788 맞아, 이제 나이도 찼잖아 692 00:43:11,822 --> 00:43:12,856 잘된 거지 693 00:43:13,324 --> 00:43:15,593 근데 왜 '잭 같은 사람'이야? 694 00:43:16,694 --> 00:43:18,696 좋은 징조는 아닌 것 같은데? 695 00:43:18,762 --> 00:43:20,731 너 말고 잭한테 말이야 696 00:43:20,798 --> 00:43:23,667 그렇다 얘기하고 싶지 않은 문제다 697 00:43:23,734 --> 00:43:25,836 우리 모두 중요한 것을 간과한다 698 00:43:25,903 --> 00:43:31,008 많은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위해 결혼을 택한다, 순수하지 않다 699 00:43:31,075 --> 00:43:34,011 그래도 잭만큼 별문제 없는 사람도 없잖아 700 00:43:34,078 --> 00:43:35,746 이제 문제가 뭔지 알겠다 701 00:43:35,813 --> 00:43:38,382 어느 날 우연히 한 남자와 마주쳤고 702 00:43:38,649 --> 00:43:40,618 짧은 만남을 가졌다 703 00:43:40,684 --> 00:43:45,089 실제로 하고 싶은 얘기는 하나도 못하고 스쳐 지나갔지만 704 00:43:45,756 --> 00:43:48,125 그 해류는 내 마음을 일렁이게 해서 705 00:43:48,192 --> 00:43:52,896 '별문제 없는 남자'와 함께할 수 없게 만들었다 706 00:43:52,963 --> 00:43:56,133 제니가 잭과 절벽에 있는 것을 상상했다 707 00:43:56,767 --> 00:43:58,802 우리의 절벽에 말이다 708 00:43:58,869 --> 00:44:01,005 그 절벽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지만 709 00:44:01,071 --> 00:44:03,974 밤늦게까지 잭과 함께 있는 제니를 상상했다 710 00:44:04,041 --> 00:44:07,177 그럴 권리도 없는 주제에 질투가 나서 미치겠다 711 00:44:07,244 --> 00:44:11,882 이 거지 같은 생각과 감정이 드는 나도 내가 싫다 712 00:44:11,949 --> 00:44:15,419 내 우유부단함도, 질투심도 로맨틱한 상상도 싫다 713 00:44:15,686 --> 00:44:18,689 제니가 잭 때문에 더럽혀지는 것 같아 싫다 714 00:44:18,756 --> 00:44:21,191 잭도 싫고 제니와 함께 있을 순간도 싫다 715 00:44:21,258 --> 00:44:23,060 이렇게 싫어해 봤자 716 00:44:23,127 --> 00:44:26,997 제니에게 매력으로 다가가지 않는다는 것도 717 00:44:27,064 --> 00:44:31,902 '계속 연락하기' 위해 제니에게 전화하지 못하는 것도 싫다 718 00:44:33,003 --> 00:44:35,839 학창 시절 제니의 전화번호는 나에게 구명 밧줄이었다 719 00:44:36,407 --> 00:44:38,375 제니는 나에게 또 구명 밧줄을 던져준 것이다 720 00:44:39,076 --> 00:44:42,346 가만히 있으면 가라앉고 말 것이다 721 00:44:58,762 --> 00:45:02,099 어디에 누가 앉나요? 듣기로는 722 00:45:02,166 --> 00:45:05,702 이게 아주 큰 일이라던데 누가 메인 테이블이 앉죠? 723 00:45:05,769 --> 00:45:07,204 동등한 건가요? 724 00:45:07,271 --> 00:45:08,305 "스탠에게서 온 메시지" 725 00:45:08,372 --> 00:45:11,742 이렇게 많아요? 친구는 몇 명쯤 될까요? 726 00:45:11,809 --> 00:45:15,813 - 그럼 가격은... - 잠깐, 화장실 좀 갔다 올게 727 00:45:24,154 --> 00:45:28,358 "예전에 절벽 얘기한 적 있잖아 거기가 어디야?" 728 00:45:28,959 --> 00:45:30,894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729 00:45:42,940 --> 00:45:50,380 "문자 사이의 생각을 읽어 내는 건 완벽할 수 없다" 730 00:45:57,254 --> 00:46:01,492 문자를 보내고 나니 불안감이 엄습해 오기 시작한다 731 00:46:01,758 --> 00:46:05,095 기다리는 건 고통스럽지만 중독성이 있다 732 00:46:05,162 --> 00:46:06,163 5초 733 00:46:06,230 --> 00:46:07,397 "제니, 읽음 오후 9시 15분" 734 00:46:07,464 --> 00:46:08,799 10초 735 00:46:08,866 --> 00:46:09,867 "온라인" 736 00:46:09,933 --> 00:46:11,335 1분 737 00:46:12,035 --> 00:46:14,071 시간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738 00:46:14,138 --> 00:46:17,508 답장을 기다리는 시간은 문자 사이의 또 다른 언어다 739 00:46:17,774 --> 00:46:19,910 그 간격에도 많은 의미가 있다 740 00:46:19,977 --> 00:46:21,345 제니는 내 문자를 읽었다 741 00:46:21,411 --> 00:46:24,848 문자를 쓰는 데 1분이 걸린다면 그 이유는... 742 00:46:24,915 --> 00:46:25,916 "작성 중" 743 00:46:27,017 --> 00:46:30,954 "우리가 거기 같이 있는 상상을 하곤 했어" 744 00:46:40,564 --> 00:46:45,569 "내가 데려가 줄까?" 745 00:46:47,571 --> 00:46:49,306 내가 경계를 넘어섰기 때문일 것이다 746 00:46:49,373 --> 00:46:53,377 남자 친구도 있는데 과거 얘기라니 유치하다 747 00:46:53,443 --> 00:46:56,079 정말 한심하고 지질하기 그지없다 748 00:46:56,146 --> 00:46:58,549 중학교 때 편지 내용을 들춰 보다니 749 00:46:58,815 --> 00:47:02,219 이제 학창 시절은 끝났고 제니는 성인이 됐어 750 00:47:02,286 --> 00:47:04,821 유치한 어린 애가 아닌 남자를 원한다고 751 00:47:08,492 --> 00:47:10,294 "아직도 그 편지 갖고 있어?" 752 00:47:10,360 --> 00:47:14,498 이런, 바보 같은 놈 스스로 무덤을 팠다 753 00:47:16,466 --> 00:47:20,070 그가 메시지를 읽었다 지금부터 시간은 흘러간다 754 00:47:20,137 --> 00:47:21,205 10초 755 00:47:21,271 --> 00:47:22,272 "스탠 첸, 온라인" 756 00:47:22,339 --> 00:47:24,441 12초 757 00:47:24,508 --> 00:47:25,909 "스탠, 읽음 오후 9시 19분" 758 00:47:25,976 --> 00:47:29,513 1분이 한계이다 1분이 지나면 그걸로 끝이다 759 00:47:29,580 --> 00:47:31,949 의심 없이 기다리는 최대 시간이 1분이라는 것이다 760 00:47:32,015 --> 00:47:34,151 메시지를 읽고 1분 내로 761 00:47:34,218 --> 00:47:37,254 답장을 못 하는 상황은 그리 많지가 않다 762 00:47:37,854 --> 00:47:40,123 그래서 극단적인 상황까지 생각하게 된다 763 00:47:59,176 --> 00:48:02,346 다시 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 여자들은 지질이를 혐오한다 764 00:48:02,412 --> 00:48:05,616 강하고 듬직한 남자를 원한다 765 00:48:10,320 --> 00:48:13,223 "갑자기 네가 한 얘기가 생각났어 누구랑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아서" 766 00:48:13,290 --> 00:48:17,294 아주 선수 나셨군 최고의 답장이야, 한 건 했군 767 00:48:18,495 --> 00:48:21,331 "갑자기 네가 한 얘기가 생각났어 누구랑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아서" 768 00:48:21,398 --> 00:48:24,334 다른 여자가 있나 보다 769 00:48:31,041 --> 00:48:32,342 그럼 이렇게 해요 770 00:48:32,409 --> 00:48:36,947 그런 분야에서 일하시니까 웨딩 영상처럼 하면 좋겠는데요 771 00:48:37,514 --> 00:48:39,483 좀 이해가 안 되는데... 772 00:48:41,318 --> 00:48:43,253 무슨 일 있어? 773 00:48:43,320 --> 00:48:44,655 아니 774 00:48:46,923 --> 00:48:48,692 - 왜? - 그냥... 775 00:48:48,959 --> 00:48:51,528 - 표정이 안 좋아 보여서 - 아니, 괜찮아 776 00:48:52,429 --> 00:48:56,466 사실 진짜 문제는 반지예요 777 00:48:56,533 --> 00:48:59,469 꼭 다이아몬드로 해야 할까요? 778 00:49:04,374 --> 00:49:06,710 메신저 대화는 손편지와 완전히 다르다 779 00:49:06,977 --> 00:49:10,314 물론 직접 보고 하는 대화처럼 감정적인 피드백도 못 받고 780 00:49:10,380 --> 00:49:15,285 실수를 했을 때도 47개의 안면 근육으로 781 00:49:15,352 --> 00:49:19,122 괜찮다고 말하거나 미소에 모든 말을 담지 못하는 건 같다 782 00:49:19,189 --> 00:49:21,958 이모티콘으로도 다 표현이 안 된다 783 00:49:22,025 --> 00:49:25,095 손편지는 이 모든 위험을 감수한다 784 00:49:25,529 --> 00:49:27,664 한 문장씩 쓸 때마다 답변도 받지 못한다 785 00:49:27,731 --> 00:49:31,134 나의 언어로 새로운 길을 트며 계속해서 써 내려갈 뿐이다 786 00:49:31,201 --> 00:49:32,202 "제니에게" 787 00:49:32,269 --> 00:49:35,172 1, 2장 정도 채우고 편지를 보낸다 788 00:49:35,238 --> 00:49:37,307 절제된 표현 없이 789 00:49:37,374 --> 00:49:39,609 모든 것을 쏟아 낸다 790 00:49:39,676 --> 00:49:43,747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주는 선물이다 791 00:49:44,014 --> 00:49:45,082 "제니 리" 792 00:49:45,148 --> 00:49:46,450 읽든 버리든 괘념치 않는다 793 00:49:47,150 --> 00:49:50,354 처음 반응을 보고 수정하는 일도 없다 794 00:49:50,420 --> 00:49:52,489 이게 바로 손편지의 아름다움이다 795 00:49:53,123 --> 00:49:56,026 답장을 하기에는 너무 늦어 버렸다 796 00:49:57,027 --> 00:50:01,565 답장을 하려니 무례하거나 구차해질 것 같다 797 00:50:02,999 --> 00:50:05,535 계산이 없던 순수한 시절이 그립다 798 00:50:06,236 --> 00:50:10,240 부모님이 자라고 할 만큼 늦게까지 통화하는 게 일상이었다 799 00:50:12,008 --> 00:50:17,447 나의 이상을 자유롭게 적은 2장의 편지를 봉투에 넣어 보냈다 800 00:50:17,514 --> 00:50:21,118 이런 주고받는 경기는 사람을 계속 지치게 한다 801 00:50:21,184 --> 00:50:24,221 모든 것을 해석하려 하지만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802 00:50:24,755 --> 00:50:28,191 공은 제니에게 넘어갔다 관심이 있으면 답장을 보내겠지 803 00:50:28,258 --> 00:50:30,560 그건 다른 여자랑 데이트를 한다는 말이었다 804 00:50:30,627 --> 00:50:33,096 결국 나에게는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805 00:50:33,163 --> 00:50:36,166 내가 먼저 번호를 주며 공을 그에게 넘겨줬다 806 00:50:36,233 --> 00:50:38,168 관심이 있으면 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겠지 807 00:50:38,235 --> 00:50:40,270 수학적 증명을 보면 808 00:50:40,337 --> 00:50:43,140 증명에 이르는 모든 단계는 알 수 있다 809 00:50:43,206 --> 00:50:47,411 하지만 증명에 도달하려면 풀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810 00:50:47,477 --> 00:50:50,180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는 놀라운 단계를 항상 거쳐야 한다 811 00:50:50,247 --> 00:50:53,750 바로 문제를 연구하면서 만나게 되는 '아하' 하는 순간이다 812 00:50:53,817 --> 00:50:56,520 번쩍하는 수학의 번개를 맞는 것이다 813 00:50:56,586 --> 00:51:01,224 이 순간이 지나면 어디에서 어떻게 뛰어들지 알게 된다 814 00:51:01,291 --> 00:51:04,394 이제 남은 건 답을 향해 길을 따라가는 일이다 815 00:51:04,461 --> 00:51:09,599 위험은 있지만 감당해야 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816 00:51:10,333 --> 00:51:13,703 그 단계에 논리란 없다 그저 믿기만 하면 된다 817 00:51:13,770 --> 00:51:17,407 제니라는 증명 문제를 해결해야겠다 818 00:51:17,474 --> 00:51:20,610 무한한 믿음이 필요하다 819 00:51:26,183 --> 00:51:29,352 - 여보세요? - 나야, 스탠 820 00:51:29,419 --> 00:51:31,288 너무 늦게 전화해서 미안해 821 00:51:31,354 --> 00:51:33,490 아니야, 괜찮아 822 00:51:33,557 --> 00:51:36,259 부모님은 주무셔 823 00:51:37,761 --> 00:51:39,262 우리 부모님도 824 00:51:42,399 --> 00:51:45,101 - 그래서 무슨... - 응, 그러니까... 825 00:51:48,405 --> 00:51:50,106 응? 826 00:51:50,874 --> 00:51:54,177 너랑 같이 풀고 싶은 827 00:51:54,244 --> 00:51:58,582 증명 문제가 있어서 828 00:51:59,816 --> 00:52:01,318 예전처럼 말이야? 829 00:52:01,818 --> 00:52:03,487 응 830 00:52:03,553 --> 00:52:05,422 좋아, 뭔데? 831 00:52:06,122 --> 00:52:09,392 무라카미 소설 알아? 832 00:52:10,293 --> 00:52:12,829 100% 완벽한 여자에 관한 얘기인데 833 00:52:13,730 --> 00:52:15,465 아니, 몰라 834 00:52:15,532 --> 00:52:20,170 서로에게 완벽한 짝인 835 00:52:20,237 --> 00:52:23,340 소년과 소녀에 관한 이야기야 836 00:52:23,840 --> 00:52:25,375 완벽하다고? 837 00:52:25,442 --> 00:52:27,811 100% 완벽한 짝이지 838 00:52:28,845 --> 00:52:31,681 서로에게 자기 얘기를 들려줬고 839 00:52:31,748 --> 00:52:37,654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였고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게 해줬지 840 00:52:40,190 --> 00:52:45,529 정말 서로에게 100% 완벽한 짝을 찾은 거야 841 00:52:47,931 --> 00:52:53,570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이런 기적을 의심하기 시작했어 842 00:52:53,637 --> 00:52:57,841 이렇게 쉽게 꿈이 이루어져도 괜찮은 건지 의구심을 가졌지 843 00:52:58,775 --> 00:53:01,244 그래서 시험해 보기로 한 거야 844 00:53:01,878 --> 00:53:05,482 한 번 헤어져 보기로 845 00:53:06,249 --> 00:53:09,586 정말 완벽한 반쪽이라면 846 00:53:09,653 --> 00:53:13,256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확신했거든 847 00:53:13,323 --> 00:53:16,660 그때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기로 했지 848 00:53:17,761 --> 00:53:19,896 그런데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잖아 849 00:53:19,963 --> 00:53:24,634 자기가 갖고 있던 모든 이상을 부정하고 의심하게 됐지? 850 00:53:25,402 --> 00:53:26,336 맞아 851 00:53:27,304 --> 00:53:28,872 그러다 보니... 852 00:53:30,340 --> 00:53:32,976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도 853 00:53:33,243 --> 00:53:36,646 서로가 얼마나 완벽한 짝이었는지 까맣게 잊어버렸지? 854 00:53:38,315 --> 00:53:41,318 그 추억이 너무 바래져서 855 00:53:41,818 --> 00:53:45,555 남자는 여자에게 말할 용기도 내기 어려웠어 856 00:53:47,257 --> 00:53:49,759 그게 문제구나 857 00:53:51,361 --> 00:53:54,397 이 문제를 어떻게 풀면 좋겠어? 858 00:53:55,398 --> 00:53:56,700 글쎄 859 00:53:59,769 --> 00:54:01,805 이제 절대 안 헤어지면 좋겠어 860 00:54:04,407 --> 00:54:08,578 그건 지금 문제의 답이 아니야 이미 헤어졌으니까 861 00:54:09,613 --> 00:54:11,348 그러면 862 00:54:13,316 --> 00:54:14,884 다시 만났을 때 863 00:54:15,986 --> 00:54:17,454 남자가 여자에게 864 00:54:18,922 --> 00:54:20,790 얘기를 해야겠네 865 00:54:21,758 --> 00:54:23,960 전부 다 말이야 866 00:54:26,763 --> 00:54:28,732 그래, 그래야지 867 00:54:30,767 --> 00:54:32,836 증명은 이미 얻은 것 같은데? 868 00:54:44,881 --> 00:54:52,689 "가끔은 그냥 말해 버려라" 869 00:54:59,396 --> 00:55:00,830 여긴 절벽이 아니잖아 870 00:55:00,897 --> 00:55:03,333 이 근처에 절벽 같은 곳은 여기뿐이야 871 00:55:03,400 --> 00:55:05,635 - 네가 편지에 쓴 건... - 생생한 상상력에서 온 거지 872 00:55:05,702 --> 00:55:07,470 - 진짜가 아니었어? - 진짜인 게 뭔데? 873 00:55:07,537 --> 00:55:11,041 우리 감정? 상상? 이런 건 진짜가 아니야? 874 00:55:16,913 --> 00:55:20,617 여기가 내 절벽이야 875 00:55:26,022 --> 00:55:29,359 네 동굴도 진짜 동굴 아니잖아 876 00:55:35,932 --> 00:55:37,734 '아하' 하는 순간이네 877 00:55:37,801 --> 00:55:39,402 그래 878 00:55:43,339 --> 00:55:45,642 여기 누구 데려온 건 처음이야 879 00:55:52,082 --> 00:55:54,651 제니를 안 지 15년이나 됐지만 880 00:55:54,718 --> 00:55:57,954 이렇게 가까이 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881 00:55:59,022 --> 00:56:02,692 제니의 머리 냄새, 땀 냄새에 882 00:56:03,059 --> 00:56:04,828 취할 것 같다 883 00:56:05,729 --> 00:56:09,566 원했던 만큼 가까운 곳에서 그녀를 느낄 수 있다 884 00:56:09,632 --> 00:56:12,669 내 가슴은 마구 소용돌이치지만 따뜻한 느낌이 든다 885 00:56:13,369 --> 00:56:16,139 보통 난 아주 많은 것들에 신경을 쓴다 886 00:56:16,406 --> 00:56:20,410 신발이 가방과 잘 어울리는지 너무 과하게 꾸민 건 아닌지 887 00:56:20,477 --> 00:56:22,779 마스카라가 열을 받아 흘러내리는지 888 00:56:22,846 --> 00:56:26,049 너무 가까이 있어 눈가 주름이 보이는 건 아닌지를 말이다 889 00:56:26,116 --> 00:56:28,952 패션도 스타일도 등급도 모르던 시절에 890 00:56:29,018 --> 00:56:33,790 만난 사람 앞에서는 뭔가 다르다 891 00:56:33,857 --> 00:56:38,862 학교 교복을 입은 10대 시절에는 모두가 똑같다 892 00:56:39,562 --> 00:56:42,165 그는 더운 여름날 893 00:56:42,432 --> 00:56:44,934 땀에 흠뻑 젖은 내 모습도 894 00:56:45,969 --> 00:56:49,472 여드름에 머리는 엉망이고 청소년용 브라를 한 모습도 안다 895 00:56:49,539 --> 00:56:50,707 끔찍하다 896 00:56:51,407 --> 00:56:54,844 그런 모습도 다 알고 있어서인지 정말 마음이 편안하다 897 00:56:54,911 --> 00:56:58,648 집에서 해진 잠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편안하다 898 00:56:58,715 --> 00:57:00,850 그 느낌이 아주 좋다 899 00:57:01,618 --> 00:57:03,119 무슨 생각해? 900 00:57:03,186 --> 00:57:04,587 그건 내가 하는 말인데 901 00:57:04,654 --> 00:57:06,156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902 00:57:07,624 --> 00:57:10,193 하지만 이렇게 편안한데도 903 00:57:10,460 --> 00:57:12,929 자칫 실수를 저질러서 904 00:57:12,996 --> 00:57:14,864 모두 사라질까 봐 겁난다 905 00:57:14,931 --> 00:57:17,901 그의 생각 속의 나와 실제의 내가 다를 수도 있으니까 906 00:57:19,636 --> 00:57:24,441 내 속의 잘못된 생각과 두려움 여자의 욕망, 피상적인 욕구를 907 00:57:24,507 --> 00:57:28,511 드러내서는 안 될 것 같다 908 00:57:29,546 --> 00:57:33,883 편지로는 몇 장씩이나 손 가는 대로 끄적였던 나지만 909 00:57:33,950 --> 00:57:38,822 지금은 완전한 문장을 말하기도 어렵다 910 00:57:39,522 --> 00:57:43,960 뇌의 말하기 기능은 쓰기 기능과 완전히 별개이다 911 00:57:44,027 --> 00:57:45,862 그래야 내 상태가 설명된다 912 00:57:46,596 --> 00:57:48,131 두 기능의 연결이 심각하게 손상되었다 913 00:57:48,898 --> 00:57:50,633 제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914 00:57:50,700 --> 00:57:53,236 네가 한 얘기에 대해 생각해봤어 915 00:57:53,837 --> 00:57:57,207 드디어 제니가 말하기 힘든 그 얘기를 꺼냈다 916 00:57:57,474 --> 00:57:59,742 3인칭으로 말하기는 아주 쉬웠다 917 00:57:59,809 --> 00:58:03,246 둘만 아는 비밀 얘기를 공유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918 00:58:03,513 --> 00:58:08,685 그런데 이제 비밀은 공개됐고 내 가슴을 열고 묻는 듯하다 919 00:58:08,751 --> 00:58:12,789 '그 심장 같은 건 뭐야? 어떤 느낌이야?' 920 00:58:12,856 --> 00:58:18,161 남자가 여자에게 전부 말해야 한다고 했잖아 921 00:58:22,265 --> 00:58:24,667 남자가 무슨 얘기를 했어? 922 00:58:26,102 --> 00:58:27,637 글쎄 923 00:58:31,608 --> 00:58:33,643 무슨 얘기부터 시작해야 할까? 924 00:58:35,178 --> 00:58:38,715 헤어지고 몇 년 후에 다시 만나는 부분부터 시작해 925 00:58:39,082 --> 00:58:44,721 둘은 서로 얼마나 가까웠는지 926 00:58:45,722 --> 00:58:49,792 까맣게 잊고 의심만 가득해져서 927 00:58:49,859 --> 00:58:53,796 서로 말도 잘하지 못했어 928 00:58:58,768 --> 00:59:00,837 막막한데 좀 도와줘 929 00:59:03,973 --> 00:59:08,077 그런 상황을 눈치챈 여자는 930 00:59:09,679 --> 00:59:14,717 바로 메모지 몇 장을 찢어서 931 00:59:14,784 --> 00:59:16,653 남자에게 건넸어 932 00:59:18,221 --> 00:59:21,157 말하기 힘들면 거기에다 써 달라고 했지 933 00:59:24,260 --> 00:59:25,562 남자는 종이를 받아서 934 00:59:26,930 --> 00:59:31,868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습관처럼 글을 써 내려갔어 935 00:59:32,669 --> 00:59:35,071 갑자기 스위치가 켜지듯 936 00:59:35,138 --> 00:59:39,576 따뜻하고 익숙한 감정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어 937 00:59:40,610 --> 00:59:43,913 그래서 웃으며 편지를 쓰기 시작했지 938 00:59:43,980 --> 00:59:46,149 그 모습을 본 여자는 행복했어 939 00:59:47,350 --> 00:59:49,686 그래서 여자도 종이 한 장에다 940 00:59:50,253 --> 00:59:53,122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지 941 00:59:53,823 --> 00:59:56,593 둘은 침묵 속에서 함께 편지를 썼어 942 00:59:56,659 --> 00:59:58,227 완벽하게 행복했지 943 01:00:46,209 --> 01:00:50,880 마침내 편지를 다 쓴 남자는 여자를 바라봤어 944 01:00:50,947 --> 01:00:54,283 여자는 이미 접은 편지를 손에 들고 기다리고 있었지 945 01:00:54,350 --> 01:00:58,988 긴장된 마음으로 편지를 교환한 둘은 마주 보고 앉아 946 01:00:59,055 --> 01:01:01,958 남자는 여자의 편지를 여자는 남자의 편지를 읽었어 947 01:01:02,992 --> 01:01:06,329 100% 완벽한 이 커플은 이렇게 해서 둘만의 시공간으로 948 01:01:06,396 --> 01:01:08,798 들어왔다는 것을 알았어 949 01:01:08,865 --> 01:01:12,769 둘은 그들의 완벽한 세계가 현실과 통하게 하는 방법을 몰랐어 950 01:01:12,835 --> 01:01:14,437 그게 가능한 건지도 말이야 951 01:01:14,704 --> 01:01:19,342 남자는 그걸 원하지 않았어 모든 순간, 그리고 952 01:01:19,409 --> 01:01:22,345 그 세계에서의 모든 순간에 대한 추억도 소중히 간직하고 싶었거든 953 01:01:22,412 --> 01:01:26,015 그 추억들을 계속해서 회상했어 954 01:01:26,816 --> 01:01:29,852 눈짓, 미소 955 01:01:29,919 --> 01:01:34,157 아침 인사 하던 모습의 추억은 수년간 삶의 버팀목이 되었어 956 01:01:34,223 --> 01:01:38,161 둘의 연결고리는 세상 어떤 시련보다 강력했어 957 01:01:38,795 --> 01:01:41,364 여자는 남자에게 구원이었어 958 01:01:41,431 --> 01:01:44,400 나에게 직접 또는 편지로 한 말을 모두 간직해 왔어 959 01:01:44,467 --> 01:01:45,468 "제니에게" 960 01:01:45,735 --> 01:01:50,106 나만 들여다볼 수 있게 마음속 깊이 자물쇠를 달았어 961 01:01:50,173 --> 01:01:54,243 우리의 비밀스러운 세계를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았어 962 01:01:55,344 --> 01:01:57,780 가끔은 왜 이렇게 깊이 묻어 두는지 자신도 궁금했어 963 01:01:57,847 --> 01:02:01,951 아마 그 세계에서 나가고 싶지 않아서였던 것 같아 964 01:02:02,018 --> 01:02:03,486 잃고 싶지 않았어 965 01:02:03,753 --> 01:02:07,290 평범한 일상에 희석되지 않길 빌었어 966 01:02:08,458 --> 01:02:11,160 환한 불빛에 비밀이 훤히 드러날까 무서웠어 967 01:02:11,227 --> 01:02:15,431 누군가가 보기라도 하면 그건 그저 환상에 그치게 되잖아 968 01:02:16,966 --> 01:02:20,436 하지만 남자는 여자를 만날 때 항상 두려움 때문에 굳어 버렸어 969 01:02:20,503 --> 01:02:24,006 둘 사이가 변해서 그 세계가 산산이 부서질까 두려웠지 970 01:02:24,073 --> 01:02:27,810 여자는 환상을 지켰어 여자한테 그건 진짜였으니까 971 01:02:27,877 --> 01:02:32,215 그 환상은 힘이 있었어 완벽한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었지 972 01:02:33,116 --> 01:02:38,321 희망은 항상 지금까지 겪어낸 현실보다 강력한 힘이 있었지 973 01:02:39,889 --> 01:02:45,128 그런데 둘의 얘기는 환상이 아니라 실제였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974 01:02:45,194 --> 01:02:48,397 그 세계는 개인의 깊은 생각과 감정을 975 01:02:48,464 --> 01:02:52,435 공유한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었어 976 01:02:53,136 --> 01:02:56,305 그런 건 연인 사이에서도 하기 힘든 일이지 977 01:02:56,372 --> 01:02:59,075 그렇게 몇 년간 공유하며 쌓은 마음 때문에 978 01:02:59,142 --> 01:03:01,978 서로 같은 공간에 있을 때 979 01:03:02,545 --> 01:03:05,982 항상 서로가 그토록 가깝게 느껴졌던 거야 980 01:03:06,048 --> 01:03:08,084 남자는 여자의 편지를 다시 읽어 보면서 981 01:03:08,151 --> 01:03:11,821 서로 편지로 많은 얘기를 한다는 것을 느꼈어 982 01:03:11,888 --> 01:03:16,526 만났을 때 했던 말들은 표면적인 말에 불과했지 983 01:03:16,793 --> 01:03:19,929 가장 깊은 단계에서부터 둘의 관계는 시작됐어 984 01:03:19,996 --> 01:03:24,000 둘은 항상 침묵 속에서 서로를 공유했다는 걸 알았어 985 01:03:25,401 --> 01:03:27,870 편지를 다 읽고 나서 986 01:03:28,504 --> 01:03:33,009 서로를 바라봤고 미소를 지었어 987 01:03:33,075 --> 01:03:35,278 완벽한 침묵 속에서 말이야 988 01:03:36,345 --> 01:03:38,147 완벽하게 행복하겠네 989 01:03:47,456 --> 01:03:48,925 언제까지? 990 01:03:52,562 --> 01:03:54,163 글쎄 991 01:03:55,565 --> 01:03:57,366 서로에게 992 01:03:57,433 --> 01:03:59,302 닿을 때까지? 993 01:04:02,038 --> 01:04:03,472 진심으로 994 01:04:07,076 --> 01:04:12,114 둘 다 진짜 하지 않은 얘기가 뭔지 알아? 995 01:04:17,019 --> 01:04:20,623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남자가 그 말을 했지 996 01:04:26,195 --> 01:04:28,965 모든 것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997 01:04:30,132 --> 01:04:34,237 모든 확률 지긋지긋한 기다림 998 01:04:34,303 --> 01:04:36,939 추측하기, 계획하기, 전화 걸기 999 01:04:37,006 --> 01:04:41,077 문자 보내기, 희망 품기 상상하기, 환상 품기 1000 01:04:41,143 --> 01:04:44,146 미루기, 편해지기 1001 01:04:45,314 --> 01:04:48,284 눈길 주기, 연애하기 거짓말하고 바람피우기 1002 01:04:48,351 --> 01:04:51,387 말하기, 불평하기, 기다리기 1003 01:04:51,454 --> 01:04:55,224 기도하기, 바라기, 추측하기 1004 01:04:55,291 --> 01:04:59,896 이 한 마디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 1005 01:05:00,596 --> 01:05:02,131 제니 1006 01:05:04,267 --> 01:05:05,668 널 좋아해 1007 01:05:07,270 --> 01:05:08,671 아주 많이 1008 01:05:12,308 --> 01:05:13,309 완벽해 1009 01:05:15,211 --> 01:05:17,146 100% 완벽해 1010 01:05:18,648 --> 01:05:21,684 1초, 2초 1011 01:05:21,951 --> 01:05:24,120 그리고 가장 설레는... 1012 01:05:24,620 --> 01:05:25,655 3초 1013 01:06:53,476 --> 01:06:55,478 번역: 박현지